신축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벼르고 별렀던 작업이 하나 있었습니다. 드리미 아쿠아 10 로봇청소기의 직배수 키트와 정수기 급수 라인을 한 번에 셀프로 물려 넣는 것이었습니다.
물걸레 청소 후 오수통을 제때 비우지 않으면 냄새가 꽤 고약해지는데, 직배수 키트를 달아두면 이 수고를 통째로 없앨 수 있습니다. 업체에 맡기면 편하겠지만 돈도 아낄 겸 직접 해보기로 했습니다. 배관 작업 자체를 해본 적이 없어서 살짝 걱정은 됐지만, 일단 부딪혀 보기로 했습니다.
위치는 냉장고장 밑, 문제는 거리
급수관과 배수관, 두 가지만 있으면 되는 단순한 작업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싱크대 하부장과 냉장고장 사이 거리가 꽤 멀다는 게 문제였습니다. 다행히 신축 아파트라 냉장고장 쪽으로 급수관용 통로는 미리 뚫려 있었습니다.
첫 시도는 실패, 요비선으로 해결
요비선은 미리 사서 준비해 뒀지만, 혹시 몰라 일단 요비선 없이 그냥 관을 밀어 넣어봤습니다. 그런데 싱크대 쪽 끝에서 급하게 꺾이는 구간이 있어서, 아무리 밀어도 그 지점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.
역시나 요비선이 필요했습니다. 미리 사둔 요비선을 꺼내서 다시 시도했더니, 이번엔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스무스하게 들어갔습니다. 급수관·배수관은 아쿠아 10 직배수 키트를 타오바오에서 주문할 때 같이 딸려 왔고, 따로 돈이 든 건 요비선 하나뿐이었습니다. 만 원도 안 하는 가격이었습니다.
이사 중이라 정신이 없어서 전기테이프를 어디 뒀는지 못 찾았는데, 요비선과 관을 묶는 데는 그냥 손에 잡히는 택배 테이프를 감아서 대신했습니다.


냉장고장 쪽으로 급수관과 배수관이 무사히 넘어왔습니다. 참고로 직배수 키트의 관 규격은 용도별로 다른데, 깨끗한 물이 들어오는 직수관은 1/4인치, 오수가 나가는 배수관은 막힘 방지를 위해 3/8인치를 씁니다.

싱크대 밑에서 T밸브 물리기
로봇청소기 쪽 급배수 연결을 먼저 끝내고, 싱크대 하부장을 열어 기존 급수 라인에 T밸브를 물렸습니다. 급수 밸브부터 잠그고, 집에 몽키 스패너가 없어서 락킹 플라이어로 기존 부속을 풀었습니다.
나사산에는 테프론 테이프를 여러 번 감아서 누수를 막았습니다.

배수 라인은 기존 배수구에 키트 튜브가 들어갈 자리를 칼로 그어서 모양만 냈습니다. 아예 도려내지 않고 칼집만 낸 다음 튜브를 최대한 빡빡하게 밀어 넣는 방식인데, 이렇게 꽉 끼워 넣으니 따로 실리콘으로 마감하지 않아도 됐습니다.

정수기용 T밸브는 냉장고장 쪽에 하나 더
정수기도 어차피 나중에 냉장고장 쪽에 자리를 잡을 계획이라, 하는 김에 냉장고장 쪽 급수관에 T밸브를 하나 더 달아 정수기용 라인을 따로 뺐습니다.

지금은 홈바장이 아직 없어서 정수기를 와인셀러 위에 임시로 올려두고 쓰고 있습니다. 나중에 냉장고장 쪽에 홈바장을 짜 넣으면 그 위로 옮길 계획입니다.

마무리
정확히 시간을 재보진 않았지만 체감상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. 요비선 없이 되겠지 하고 덤볐다가 막힌 구간에서 헤맨 시간을 빼면 사실 순수 작업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.
비용도 생각보다 크지 않았습니다. 급수관과 배수관은 아쿠아 10 직배수 키트를 살 때 이미 딸려 왔고, 따로 산 건 만 원도 안 되는 요비선 하나뿐이었습니다. 배관 셀프 작업이 처음이라면 요비선 하나는 미리 챙겨두시는 걸 추천합니다. 값도 싸고, 길이는 넉넉한 걸로 사두면 나중에 어디에 쓰든 아쉬울 일이 없습니다.